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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결혼 풍습들, 다시 봐야 할 이유 (폐백, 예단, 함)

by 애드센스재가입 2025. 4. 4.

폐백사진

결혼식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그 형식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최근에는 실용적인 결혼을 추구하는 흐름 속에서 전통 풍습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폐백, 예단, 함과 같은 한국 고유의 혼례 문화는 이제 선택 사항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다시 들여다보면, 단순한 형식 이상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폐백: 단순한 절 이상의 상징

폐백은 결혼식 후 신부가 시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 의식입니다. 지금은 식이 끝난 뒤 간단한 ‘폐백 사진 촬영’ 정도로 생략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원래 폐백은 단순한 절이 아니라, 새로운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첫 인사이자 다짐의 자리였습니다.

폐백에서 신부는 술을 따라 올리고 절을 올리며, 대추와 밤을 던져 받는 순서까지 진행되는데요. 이때 대추와 밤은 자손 번창과 부부의 화합을 상징합니다. 신랑 신부가 큰절을 드리는 과정은 단순히 예를 차리는 것 이상으로, 서로의 가족에 대한 존중과 책임을 의미했습니다.

최근에는 폐백이 ‘어색하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생략되는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그 어색함 속에 결혼이라는 인생 전환점의 무게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형식적인 이벤트가 아닌, 직접 몸을 낮추고 마음을 전하는 폐백은 세대 간 연결이라는 상징성도 함께 갖고 있습니다. 형식보다는 의미에 집중해서, 간단한 방식으로라도 폐백의 정신을 이어가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단: 오해가 쌓인 전통의 상징

‘예단’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예단을 둘러싼 갈등이나 불필요한 허례허식 때문에 이 전통이 부정적인 이미지로 고착된 면도 분명히 있죠. 하지만 원래 예단은 ‘사돈댁에 드리는 예의’였습니다. 정성이 담긴 옷감이나 백지돈으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양가가 좋은 인연을 맺게 되어 기쁘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죠.

문제는 이 예단이 점차 ‘경쟁’이나 ‘체면’의 수단이 되면서 본래의 의미가 왜곡됐다는 점입니다. 누가 더 많이 보냈는지, 얼마짜리 혼수인지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자연스럽게 부담스러운 통과의례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정해진 양식 없이 손 편지와 함께 작은 선물을 전달하거나, 양가가 사전 조율을 통해 서로의 상황에 맞춰 준비하는 방식도 많아졌죠. 중요한 건 형식보다 마음입니다. 꼭 예단이라는 이름이 아니어도, ‘우리 가족이 당신 가족을 환영합니다’라는 메시지가 전해진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함: 사라진 의식, 잊혀진 스토리

‘함진아비’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으신가요? 밤에 신랑 친구들이 함을 들고 신부 집으로 향하던 장면, 그리고 그 앞에서 문을 두드리며 익살스러운 장난을 치는 모습. 이제는 거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어버렸습니다.

함은 원래 신랑 측이 신부 측에 결혼을 요청하는 ‘공식적인 제안’이자, 가문 간 약속의 상징이었습니다. 그 안에는 예복, 예장, 기러기 등이 들어 있었는데요. 이 기러기는 일부일처제를 지키는 동물로, 부부의 정절을 상징하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함진아비는 단순히 물건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두 가문이 맺는 인연을 이어주는 중간자였습니다. 그들이 외치던 익살스러운 구호와 연출은 결혼식의 무게를 풀어주고, 양가 가족 간의 긴장을 낮추는 역할을 했습니다.

요즘은 이 전통이 거의 사라졌지만, 소규모 웨딩이나 야외 예식에서 다시 함을 도입하는 커플들도 종종 있습니다. 꼭 옛날 방식이 아니더라도, 기러기 인형을 소품으로 활용하거나, 부모님께 상징적인 전달식을 하는 등, 스토리를 담는 결혼식으로 재구성하는 시도들이 인상적입니다.

폐백, 예단, 함. 요즘 결혼식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풍습들이지만, 그 안에는 가족과 공동체, 그리고 사람 사이의 예의를 담은 중요한 가치가 숨어 있습니다. 단지 옛날 방식이라서 불편하고 낡았다고 치부하기엔, 그 전통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전통은 반드시 따라야 할 틀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다시 조립하고 해석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그 이야기를, 지금 우리 식으로 다시 써볼 차례입니다.